바비굴링
바비굴링
향신료를 가미한 돼지 통구이. 인기 있는 가게는 정오 전에 매진될 수 있으니 주의.
인도네시아에서도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발리섬에서 종교 의식이나 축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의 대명사입니다. 돼지 한 마리에 '바세 그데(Base Gede)'라 불리는 전통 향신료 믹스를 듬뿍 채워 넣고, 직화 위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돌려가며 구워냅니다. 그 껍질은 바삭하고 고소하며, 속살은 놀라울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향신료의 복합적인 향이 고기의 감칠맛을 극대화하여,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발리를 방문했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섬의 자부심이 담긴 한 접시입니다.
바비굴링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
이슬람교도가 국민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돼지고기 요리인 바비굴링은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기원은 발리 힌두 의식 '타부 라(Tabuh Rah)'에 있으며,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돼지를 잡아 정화한 후 조리해왔습니다. 신성한 의식 요리였기 때문에 예전에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나누는 특별한 기회에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와룽(Warung)에서 관광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발리섬을 대표하는 명물 요리로 발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굴링은 발리 사람들의 신앙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단순한 요리를 넘어선 영혼의 음식(소울 푸드)으로 계속 남아 있습니다. 한 접시 안에 발리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도가 녹아 있습니다.
한 마리를 통째로! 진수성찬 만드는 법
바비굴링의 조리는 이름 그대로 돼지를 굴링(회전)시키면서 굽는 방식입니다. 먼저 주재료인 돼지에 발리의 전통 만능 조미료 '바세 그데(Base Gede)'를 기본으로 한, 강황, 고수, 레몬그라스, 갈랑갈, 고추, 새우 페이스트 등을 배합한 특제 향신료 페이스트를 뱃속에 빈틈없이 채워 넣습니다. 이것이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깊은 풍미를 더하는 핵심입니다. 겉껍질에는 강황을 정성스럽게 발라 구웠을 때 아름다운 황금빛이 나도록 합니다. 준비가 끝나면 돼지를 긴 막대에 꿰어, 활활 타오르는 숯불 위에서 몇 시간 동안 숙련된 장인이 붙어서 말 그대로 손으로 돌려가며 천천히 익힙니다. 이 끈기 있는 작업을 통해 불필요한 기름은 빠지고, 껍질은 바삭바삭하게, 속살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완성됩니다.
조리법과 향신료의 비밀
바비굴링 맛의 비결은 발리 요리의 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향신료 페이스트 '바세 그데(Base Gede)'에 있습니다. 각 가정이나 와룽(Warung, 식당)마다 비법 레시피가 있어 그 배합이 가게의 개성을 결정짓습니다. 기본적인 재료는 마늘, 샬롯, 고추, 생강, 강황, 갈랑갈, 캔들넛, 고수 씨앗, 후추, 새우 페이스트 등 십여 종류에 이릅니다. 이 모든 것을 돌절구로 정성껏 빻아 페이스트 형태로 만든 후 사용합니다. 불에 가열하면 이 향신료들의 향이 하나가 되어 돼지고기의 감칠맛과 지방의 단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냅니다. 또한, 떨어지는 기름이 숯불에 그을리면서 생기는 스모키한 향이 고기 전체를 코팅합니다. 이것이 바로 집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전문점 바비굴링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원천입니다.
맛있게 먹는 법과 곁들임 요리
와룽(Warung)에서 바비굴링을 주문하면 보통 밥 위에 반찬이 올려진 '나시 바비굴링'으로 제공됩니다. 이 한 접시가 바로 돼지고기 올스타전입니다. 주인공은 물론 촉촉한 속살과 바삭하게 구워진 황금빛 껍질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일품이지만, 곁들여지는 명품 조연들이 만족도를 더욱 높여줍니다. 돼지 피나 내장을 사용한 매콤한 소시지 '우르탄', 바삭하게 튀긴 내장 칩, 채소와 향신료를 무친 '라와르' 등 가게마다 독창적인 곁들임 요리가 가득합니다. 이것들을 섞어가며, 신선한 매운맛이 일품인 '삼발 마타(Sambal Matah)'를 곁들여 먹으면 입안에서 감칠맛과 식감의 교향곡이 펼쳐집니다. 현지인들은 손으로 섞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용기가 있다면 꼭 도전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