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 북쪽 언덕에 펼쳐진 뜨갈랄랑의 계단식 논은 단순한 절경이 아닙니다. 풍경이기에 앞서 '모두가 함께 지키는 물의 시스템'입니다. 발리 사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계승해 온 관개 공동체 '수박(Subak)'의 사상과 실천이 곡선을 그리는 논두렁과 수로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습니다. 수로의 합류점이나 분수점에는 작은 사당이 놓여 있고, 벼의 신 데위 스리나 물의 은혜에 '감사합니다'를 전하는 차낭 사리(공양 꽃)이 조용히 장식되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당번을 정해 수문을 돌보고, 제례일에는 사원으로 줄을 서서 기도하며, 농사일 틈틈이 코코넛이나 과일을 나눠 먹는—그런 삶이 이 경관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벼 소리, 용수의 졸졸 흐르는 소리, 향의 부드러운 내음에 귀 기울이면, 이곳이 '생활의 밭'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관광지화가 진행된 현재에도 작은 사당에는 공물이 끊이지 않고, 용수 분기점에는 수호 의례가 살아 숨 쉽니다. 아침 안갯속에서 논두렁 끝에 비친 코코넛 나무 그림자가 길어지는 광경은, 단순히 '인생샷'을 남기는 것을 넘어, 물과 벼와 사람의 삶이 어우러진 문화 경관으로서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우기가 지나면 녹음이 짙어지고, 모내기, 중간 물떼기, 수확이라는 농사 주기에 따라 색조와 향이 변해, 같은 장소라도 방문할 때마다 표정이 다른 것도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