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헨 사원
크헨 사원
돌계단과 거대한 반얀트리가 맞이하는 동부 발리의 고찰. 왕국의 수호를 기원하는 성역.
방글리현 중심부에 위치한 크헨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원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그 이름은 '불'이나 '집'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이 사원이 지역 신앙의 중심이었음을 시사합니다. 건립은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3세기에는 방글리 왕국의 국가 사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브사끼 사원에 버금가는 규모와 격식을 자랑하면서도, 관광객이 비교적 적어 조용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덕 경사면을 이용하여 지어진 사원으로는, 양옆에 신화 속 인물들의 석상이 늘어선 아름다운 돌계단을 올라 접근합니다. 경내에는 수령 수백 년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반얀트리가 솟아 있어, 그 신비로운 모습은 이 사원의 오랜 역사의 증인으로서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역사: 방글리 왕국의 국가 사원
크헨 사원은 과거 발리 동부를 지배했던 방글리 왕국의 국가 수호를 기원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원이었습니다. 경내에는 11세기부터 13세기에 걸친 여러 비문이 남아 있어, 이 사원이 매우 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왕국의 공식적인 의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브사끼 사원이 섬 전체의 총본산인 반면, 크헨 사원은 방글리 왕국이라는 특정 공동체의 정체성과 굳건히 결부된, 지역색이 짙은 성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 독특한 양식과 중국 도자기
이 사원의 건축에는 다른 발리 사원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당의 문은 일반적인 갈라진 문(찬디 븐따르)이 아니라 피라미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벽에는 과거 해상 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접시가 박혀 있습니다. 이는 당시 왕족이 이국의 문화를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증거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이 사원이 가진 고유한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합니다.
문화와 신앙: 성스러운 반얀트리
경내 안뜰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는 단순한 큰 나무가 아니라, 신들이 깃든 신성한 나무로 숭배받고 있습니다. 나무줄기에는 의식 때 사용되는 큰 나무 종 '쿨쿨'이 매달린 정자가 있어, 나무와 건물이 하나가 된 보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종은 마을 모임이나 의식의 시작, 혹은 위험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반얀트리는 사원의 영적 중심이자, 공동체 결속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볼거리(이곳을 확인!)
사원으로 이어지는 38개의 돌계단은 양옆으로 와양 쿨릿(그림자 인형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석상이 늘어서 있어 매우 훌륭합니다. 계단을 다 오르면 나오는 안뜰에서는 방글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가장 신성한 안뜰에는 11층의 장려한 메루(다층탑)가 솟아 있습니다. 이 메루는 방글리 왕국의 수호신인 산신을 모시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히 발리의 전통 건축과 종교적인 분위기를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사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