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양 쿨릿(그림자 인형극) | 빛과 그림자의 이야기
와양 쿨릿(그림자 인형극) | 빛과 그림자의 이야기
물소 가죽으로 만든 인형과, 혼자서 여러 역을 소화하는 인형사 달랑. 심야까지 이어지는 서사시 상연.
와양 쿨릿은 발리섬의 밤을 신비롭게 물들이는 전통 그림자 인형극입니다. 가믈란 라이브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얀 스크린 뒤편에서 '달랑(Dalang)'이라 불리는 한 명의 인형사가 물소 가죽으로 만든 정교한 인형을 조종합니다. 램프 빛에 비친 인형의 그림자는 고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나 '마하바라타'의 장대한 이야기를 비추어, 보는 이를 신화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도덕이나 철학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교육적인 역할도 해왔습니다. 선과 악, 빛과 그림자가 엮어내는 환상적인 무대는 발리의 정신 문화의 심연을 엿보게 하는, 잊을 수 없는 예술 경험입니다. 밤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그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달랑': 혼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초인적인 인형사
와양 쿨릿 무대는 '달랑'이라 불리는 한 명의 인형사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됩니다. 달랑은 단순히 인형을 조종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수십 명의 등장인물 목소리를 혼자서 바꿔가며, 이야기를 하고, 관객을 웃기는 애드리브를 섞고, 나아가 가믈란 악단 전체에 신호를 보내 음악을 지휘하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존재입니다. 달랑이 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이야기 지식, 철학적인 이해, 그리고 고도의 신체 기술이 요구되며,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받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들은 신들과 인간을 잇는 사제적인 역할도 한다고 여겨지며, 그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집니다. 달랑의 능숙한 화술과 인형 조작이 와양 쿨릿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그리는 힌두 서사시의 세계
와양 쿨릿에서 주로 상연되는 것은 고대 인도의 2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발리 힌두교 가르침의 근간을 이루며, 정의(다르마)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의 의무는 무엇인가를 설파하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영웅들의 무용담, 신들의 개입,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는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관객은 익살스러운 하인 캐릭터에 웃고, 영웅의 고난에 눈물 흘리며,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배웁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공동체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그림자 인형극은 발리의 가치관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는 중요한 매체입니다.
의식으로서의 와양과 공동체의 밤
와양 쿨릿은 단순한 무대 예술에 그치지 않고, 사원 축제(오달란)나 결혼식, 성년식(이갈이 의식)과 같은 중요한 통과 의례의 일환으로, 심야부터 새벽까지 상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연은 그 토지나 사람들을 정화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어집니다. 상연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스크린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식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극을 즐깁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사교의 장이기도 합니다. 신성한 의식이면서도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 분위기가 와양 쿨릿을 발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