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조 마을 바투불란 | 장인들의 기술
석조 마을 바투불란 | 장인들의 기술
사원의 장식 조각, 수호신상, 현대 예술. 발리 석재를 깎는 장인들의 전통 기술.
발리섬을 여행하다 보면, 사원의 장려한 갈라진 문에서부터 민가의 문, 호텔 정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정교한 석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이, 석조 마을로 유명한 '바투불란(Batubulan)'입니다. '바투불란'은 인도네시아어로 '달의 돌'을 의미하며, 그 이름대로 마을 길가에는 신들이나 악마, 전설 속 동물을 형상화한 크고 작은 석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장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파라스(Paras)'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서 채취되는 부드러운 화산성 응회암입니다. 그들은 예로부터 계승되어 온 끌과 망치를 능숙하게 다루며, 단단한 돌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바투불란의 석조는 발리의 신앙과 예술이 사람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석조 장인의 고향, 바투불란 마을
기안야르현에 위치한 바투불란 마을은 덴파사르에서 우붓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변에 있으며, 예로부터 석조 장인들이 모이는 중심지로서 번창해 왔습니다. 이 마을 장인들의 손에 의한 조각은, 섬 전역의 사원이나 왕궁 건설에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파라스'라는, 화산재가 굳어져 생긴 사암의 일종입니다. 비교적 부드럽고 가공하기 쉬워, 복잡하고 치밀한 조각을 하기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바람에 노출되면 무르기 쉽고, 이끼가 끼기 쉬운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끼 낀 질감이, 발리 석상에 독특하고 신비로우며 오래된 멋을 부여하고, 주변의 푸른 자연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사원을 장식하는 신들과 액막이 조각
발리 석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원을 신성한 공간으로 장식하고 사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사원 입구에서는, 무기를 든 수호신상 '드와라팔라(Dwarapala)'가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문 상부에는 대지의 신의 아들이자 액막이 힘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보마(Bhoma)'의 무서운 얼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벽면에는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의 이야기가 부조로 정교하게 그려져, 참배객에게 신들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이러한 조각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닙니다. 장인들은 제작 전에 기도를 올리고, 조각하는 행위 자체가 신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조각이 완성되고, 의식을 거쳐 사원에 봉납됨으로써, 비로소 신성한 힘이 깃든다고 믿어집니다.
전통 기술에서 현대적인 정원 장식물까지
바투불란 장인들의 기술은, 세대에서 세대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공방에서의 실습을 통해 계승되어 왔습니다. 그들은 설계도 없이, 머릿속의 이미지만을 의지하여 훌륭한 조각을 완성해냅니다. 그 전통 기술은 현대에도 맥맥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원용 종교적인 조각뿐만 아니라, 관광객이나 해외 바이어들의 수요에 부응하여, 호텔 로비를 장식하는 현대적인 조형물이나, 개인 정원을 꾸미는 분수, 동물상 등도 수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티프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도 태어나고 있어, 바투불란은 지금도 여전히 발리 석조 문화의 중심지로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