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낭 사리(공물) | 매일 드리는 기도의 형태
차낭 사리(공물) | 매일 드리는 기도의 형태
야자 잎으로 짠 작은 바구니에 담긴 꽃과 향. 길거리부터 가게 앞까지, 발리의 일상에 스며든 기도.
발리섬을 걷다 보면 길가, 가게 입구, 집 사원, 자동차 대시보드 등 모든 곳에서 '차낭 사리(Canang Sari)'라고 불리는 작은 공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야자 잎으로 짠 작은 접시에 색색의 꽃과 쌀, 향 등을 올린 것으로, 발리 사람들이 매일 거르지 않고 드리는 기도의 형태 그 자체입니다. 차낭 사리은 신들에 대한 감사를 나타내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들에게도 바쳐집니다. 이는 선한 힘과 악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세계의 조화를 지킨다는 발리 힌두교의 우주관에 기반합니다. 매일 아침 여성들이 기도를 담아 차낭 사리을 올리는 모습은 발리의 일상에 녹아든, 가장 아름답고 경건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이 작은 공물에는 발리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자연 및 신들과 공생하는 철학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일상에 바치는 작은 우주 '차낭 사리'
'차낭 사리'는 발리어로 '아름다운 공물'을 의미합니다. 그 이름처럼, 야자수의 어린 잎(자누르)으로 사각으로 짠 그릇은 꽃들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꽃의 색과 배치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예를 들어 흰색은 동쪽을 관장하는 이스와라 신, 붉은색은 남쪽의 브라흐마 신, 노란색은 서쪽의 마하데와 신, 검은색(또는 녹색)은 북쪽의 위스누 신을 상징합니다. 이들의 중앙에 시바 신을 나타내는 판단 잎을 잘게 썬 것이나 다른 색의 꽃을 섞은 '포로산(Porosan)'을 놓음으로써, 이 작은 그릇 안에 우주의 축소판(부와나 아궁)이 표현되는 것입니다. 쌀이나 향기로운 허브, 그리고 불(향), 물(성수), 바람(꽃향기)과 같은 요소도 더해져, 차낭 사리은 신들에게 바치는 완벽한 봉헌물이 됩니다.
바치는 행위에 담긴 철학 '야드냐'
발리 힌두교에서 공물을 바치는 행위는 '야드냐(Yadnya)'라고 불리며, 가장 중요한 종교 실천 중 하나입니다. 야드냐는 신들, 조상,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기 위한 '성실한 희생'을 의미합니다. 발리 사람들은 이 세계가 선과 악, 성(聖)과 속(俗)과 같은 상반되는 두 힘(루아 비네다)의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물은 사원의 높은 곳 등 성스러운 공간에 있는 신들에게 바쳐질 뿐만 아니라, 집 대문 밖이나 땅바닥 같은 낮은 곳에도 놓입니다. 이는 악령이나 하급 정령(부타 칼라)들을 달래고, 그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함으로써 평온한 일상이 유지된다고 믿어집니다.
여성들이 지키고 전하는 기도의 형태
차낭 사리 만들기는 주로 여성들의 역할로 여겨집니다. 발리의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야자 잎 엮는 기술이나 공물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그것은 단순한 가사가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세계의 조화를 비는 신성한 의무이자 예술적인 창조 활동이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신선한 꽃을 구입하고, 가족과 함께 공물을 만드는 시간은 신앙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가족의 유대를 다지는 소중한 소통의 기회입니다. 기도를 담아 만든 차낭 사리에 성수를 뿌리고, 향 연기와 함께 바치는 여성들의 모습은 발리의 정신 문화가 일상 속에 생생하게 숨 쉬고 있음을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