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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삐(침묵의 날) | 발리 힌두교의 새해 - 1

녜삐(침묵의 날) | 발리 힌두교의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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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삐(침묵의 날) | 발리 힌두교의 새해

섬 전체가 고요해지는 신성한 날. 전야의 오고오고 퍼레이드부터 24시간의 침묵까지.

발리 힌두교의 사카력에 따른 새해는 '녜삐(Nyepi)', 통칭 '침묵의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날은 섬 전체가 말 그대로 침묵에 휩싸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축제입니다. 일출부터 24시간 동안 노동, 외출, 불이나 전기 사용, 그리고 일체의 살생과 오락이 금지됩니다. 항과 항구도 완전히 폐쇄되며, 관광객조차 호텔 부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는 전날의 성대한 오고오고(Ogoh-ogoh) 퍼레이드로 지상에 유인한 악령들에게 발리섬이 무인도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떠나게 하기 위한 의식입니다. 사람들은 이 침묵 속에서 단식이나 명상을 하며 내면을 성찰하고 자신을 정화하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정신적인 준비를 합니다. 녜삐는 발리 사람들의 우주관과 깊은 정신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날입니다.

침묵의 전야제, 악령을 쫓는 '오고오고'

녜삐 전날 밤은 섬 전체가 떠들썩한 '타우르 크상아(Tawur Kesanga)'라는 의식이 거행됩니다. 그중 가장 큰 볼거리는 거대한 괴물 인형 '오고오고' 퍼레이드입니다. 오고오고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악이나 욕망, 그리고 자연계의 악령(부타 칼라)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 마을의 청년단(스카 트루나)이 몇 달에 걸쳐 제작합니다. 그 디자인은 무섭기도 하지만 어딘가 익살스럽고 예술적입니다. 해가 진 후, 횃불과 요란한 가믈란 소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오고오고를 메고 마을 곳곳을 누빕니다. 교차로에서 격렬하게 흔드는 것은 악령을 혼란스럽게 하여 그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에는 오고오고를 묘지나 광장에서 불태워, 일 년간의 부정을 태워 없애고 정화된 상태로 녜삐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4가지 금기 '차투르 브라타 프뉴피안'

녜삐의 날에 지켜야 할 4가지 금기는 '차투르 브라타 프뉴피안(Catur Brata Penyepian)'이라고 불립니다. 첫째는 '아마티 그니(Amati Geni, 불 사용 금지)'. 불이나 전기, 빛을 일절 켜서는 안 됩니다. 둘째는 '아마티 카르야(Amati Karya, 노동 금지)'. 일이나 일상 활동을 모두 중단합니다. 셋째는 '아마티 를룽안(Amati Lelungan, 외출 금지)'. 집이나 머무는 숙소 부지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넷째가 '아마티 를랑우안(Amati Lelanguan, 오락 금지)'. 즐거움이나 쾌락을 끊고 조용히 지냅니다. 이 엄격한 계율은 단순히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차단하고 자기 자신 내면과 마주하기 위한 신성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날, 발리섬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명상 간이 됩니다.

침묵이 가져다주는 은혜와 새해의 시작

녜삐의 24시간은 발리섬에 특별한 고요함을 가져다줍니다. 자동차 소음도 사람들의 떠들썩함도 사라지고, 들리는 것은 자연의 소리뿐입니다. 밤이 되면 인적인 빛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만천의 별하늘이 펼쳐집니다. 이 장엄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가족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거나 명상에 잠기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침묵의 밤이 밝으면 새해가 시작됩니다. 다음 날은 '응음박 그니(Ngembak Geni)'라고 불리며, 사람들은 친척이나 친구 집을 방문하여 지난 일 년간의 잘못을 서로 용서합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도들이 행하는 '이드 알피트르(Eid ul-Fitr)' 관습과도 비슷하며, 사회적 유대를 재확인하고 정화된 마음으로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날입니다. 녜삐는 마음과 세계의 완전한 재설정을 촉진하는 발리 지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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