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 의식(믈루깟) | 심신의 정화
성수 의식(믈루깟) | 심신의 정화
사원이나 샘에서 행하는 목욕 재계 의식. 뜨르따 음뿔 등 성스러운 수원에서의 정화 체험.
믈루깟은 발리 힌두교에 예로부터 전해지는, 성스러운 물 '뜨르따'를 이용한 심신 정화 의식입니다. 그 목적은 몸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 슬픔, 질병, 혹은 과거의 행실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에너지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부정함(Leteh)'을 몰아내고, 영혼을 본래의 깨끗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있습니다. 이 의식은 뜨르따 음뿔 사원으로 대표되는 성스러운 샘이나 강, 바다, 혹은 고승이 기도를 담아 정화한 물을 이용해 거행됩니다. 발리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나 컨디션 난조를 느낄 때 행하는 일상적인 습관이지만, 최근에는 깊은 정신적인 치유와 재충전을 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영적인 체험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성스러운 물 '뜨르따'가 가져다주는 정화의 힘
발리 힌두교 세계관에서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모든 부정을 씻어내는 신성한 힘을 가진 원소로 여겨집니다. 특히, 사원의 샘에서 솟아나는 물이나, 고승이 만트라를 외워 정화한 물은 '뜨르따'라고 불리며, 단순한 물 이상의 영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믿어집니다. 믈루깟이라는 단어는 '청정'을 의미하는 '수짯(Sucat)'에서 유래했으며, 문자 그대로 마음과 몸을 정화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발리 사람들은 악몽을 꾼 후, 병에서 회복했을 때, 혹은 생일이나 결혼과 같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기 전 등, 다양한 기회에 믈루깟을 행합니다. 이는 과거의 업(카르마)을 정산하고, 심기일전하여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정신적인 습관입니다.
성스러운 샘 사원의 최고봉 '뜨르따 음뿔'
발리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믈루깟 장소로 알려진 곳이 바로 탐팍시링에 있는 뜨르따 음뿔 사원입니다. 그 이름은 '성스러운 샘'을 의미하며, 천 년 이상 끊임없이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샘은 신들의 왕 인드라가 독 때문에 고통받는 자신의 군사들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낸 불로불사의 성수 '아므르타(Amrita)'라고 전해집니다. 이곳에서 믈루깟을 행하려면, 먼저 사원에 차낭 사리을 바치고 기도를 올린 후, 전통 의상인 사롱을 입고 목욕장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암벽에 늘어선 십여 개의 물줄기에서 쏟아지는 성수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머리부터 맞습니다. 차가운 물이 심신을 꿰뚫는 감각은, 다시 태어나는 체험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치유로서의 의식
본래는 경건한 종교 의식인 믈루깟이지만, 현대에는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안고 있는 스트레스, 불안, 정신적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총체적인(holistic) 치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연의 에너지가 가득한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체험은, 종교나 문화의 장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평안과 해방감을 가져다줍니다. 발리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에도 이 영적인 정화를 체험하기 위해 뜨르따 음뿔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믈루깟은 발리 사람들의 신앙심의 깊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인이 잊기 쉬운 자연과의 연결이나 내면의 고요함을 되찾기 위한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의식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