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계(타젠) 문화 | 도박과 의식의 경계
투계(타젠) 문화 | 도박과 의식의 경계
마을 남성 사회의 결속, 사원 봉납으로서의 투계, 법적으로는 회색 지대인 전통.
투계(발리어: 타젠)는, 발리 남성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빛과 그림자 양면을 가진 문화입니다. 그 하나는, '타부 라(Tabuh Rah)'라고 불리는, 사원 축제에 필수적인 신성한 피의 의식으로서의 측면. 땅에 흘려지는 닭의 피는, 그 토지의 악령을 달래고, 정화하기 위한 공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 종교적인 틀을 한 걸음 벗어나면, 타젠은 남성들의 위신과 거액이 오가는, 열광적인 도박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인도네시아 법률상 도박은 금지되어 있지만, 의식이라는 명목하에, 반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투계는, 단순한 오락이나 도박이 아니라, 발리 남성의 사회적 네트워크, 지위, 그리고 정신성을 이해하기 위한 복잡하고 중요한 열쇠입니다.
신성한 공물로서의 피의 의식 '타부 라'
발리 힌두교의 중요한 의식 전에는, '타부 라(피를 흘리다)'라고 불리는 의식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는, 지하 세계에 사는 악령(부타 칼라)들에게 닭의 피를 바침으로써, 그들의 굶주림을 채우고, 의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달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투계는 신성한 종교 행위이며, 적어도 세 쌍의 대전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입니다. 여기서 흘려지는 피는, 대지의 정화와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공물이며, 도박적인 요소는 본래 없습니다. 이 종교적인 정당성이, 투계라는 문화가 발리 사회에서 존속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열정과 사회적 지위
의식의 틀을 넘어선 투계 '타젠'은, 발리 남성에게 가장 열중하는 취미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닭에게 애정과 시간, 그리고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최고의 투계로 키워내려 합니다. 닭의 혈통, 훈련 방법, 식사, 심지어는 마사지나 비타민제에 이르기까지, 그 집착은 대단합니다. 강한 닭을 소유하는 것은, 주인의 남성다움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됩니다. 투계장(깔랑안)은, 남성 한정의 사교장이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열광을 나누는 정보 교환의 장으로서, 커뮤니티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률과 전통의 사이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도박 행위가 법률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투계에 관해서는, '타부 라'라는 종교적 의식의 필요성이, 그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방패'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도박을 동반하는 타젠은, 사원 축제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명목으로 개최되며, 경찰도 묵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모호한 상황은, 근대적인 법 제도와, 깊이 뿌리내린 문화적 전통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를 상징합니다. 동물 애호의 관점에서의 비판도 높아지는 가운데, 신성한 의식, 사회적인 오락, 그리고 불법적인 도박이라는 여러 얼굴을 가진 투계 문화는, 현대 발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한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